구정(음력 1월1일) 아침이 밝았다.
시부모님과 매우 근처에 사는 우리부부는 오늘도 출근하신 아버님때문에
혼자계실 어머님을 모시고 우리집에서 떡국을 먹기로 했다.
우리 시댁은 차례나 제사가 없다.
그래서 따로 상에 올릴음식을 할 필요는 없다.
육남매중에 장남의 첫째딸로 자란 나는 어려서부터 엄마를 도우며 뭐든 스케일 크게 음식을 했었는데,
결혼 후 편해진 케이스다.
추석에 빚는 송편도, 설날에 만드는 만두도 이제는 사라졌다.
시어머님은 그래도 예전엔 혼자 하셨다는데, 이제는 세월도 많이 지났고, 힘드시다며 만드시지 않으신다하셨다.
대신 식구들은 모이니 고기며 잡채, 몇가지 튀김과 전, 나물정도는 하셨다.
내가 늘 하는 일은 고추튀김이였다. 그것도 고추 씨를 바르고 그 속에 속을 넣는 일이 전부다.
그 외에는 설거지와 어머님의 상차림을 조금 돕는 것 뿐.
그래도 어제 점심부터 저녁까지 오롯이 시댁에서 지냈다.
친정에서 결혼전에 했던 두시간을 내리 전을 부치거나 만두를 빚거나 하는 일은 이제 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그렇게 "몸"은 편해졌지만 "마음"은 편하지않다.
시간은 왜이렇게 빨리가는지, 양가 부모님들도 이젠 나이듦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물리적으로 하는 일들이 힘에 부치기 시작하실때니 그걸 보는, 또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불편해졌다. 아니 아팠다가 맞는건가...
시댁에선 음식을 도울 사람은 나뿐이다.
친정은 며느리가 없다. 딸은 다른 성의 집안에서 일을 돕고 있다.
대신 아들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나와 함께 살고 있는(손끝에 물한방울 안묻히는) 신랑과는 다르게 엄마를 많이 돕는다.
엄마는 예전에 직접 만들었던 두부나, 만두는 하지 않지만
여전히 장남의 아내로, 큰며느리로 살고있다.
할머니는 돌아가셔서 이제 더이상 어른은 없고, 코로나 이후로 인사오는 손님도 없지만, 그래도 음식은 한다.
결혼전부터 나도 해왔던 일들이라 머리속으로 상상이 된다.
작년부터 손이 더욱 아파서 김장도 남동생과 내가 거의 다 했다.
그러기에 엄마가 명절에 얼마나 힘들지 상상이 된다.
옆에서 남동생이, 아버지가 돕지만 그래도 힘들것이다..
이야기가 참 길어졌다.
아침 7시 30분에 어머님을 모시고 굴떡국을 먹었다.
물에 빠진 소고기는 별로 안좋아하는 신랑덕에 우리집의 떡국은 늘 굴떡국이다.
7시에 일어나서 육수만들고, 건더기도 별거 없다. 파와 굴이 전부다.
노랑하양 지단을 만들까 하다가 만들지 않았다.
평소에 일어나던 시간보다도 빠른 시간이고, 어제는 평소보다 늦게 잠들었다.
그런 컨디션으로 간이 맞는지 아닌지도 모르고,
반찬은 김치뿐이지만,
그냥 "모시고 먹는 아침" 이라는 것에 의미를 "나혼자"두었다.
어머님은 새해복 많이 받아라 하시며, 이런저런 말씀을 하셨고,
나이가 들면 과거의 이야기에 즐거움을 느끼시고 더욱 많아지신다더니.
우리 어머님도 과거사 말씀하시면서 해맑게 웃으셨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어머님은 오늘이 일요일이라 교회에 가신다고 하셨다.
설날이라고 별 거 없는 하루다.
새해고 설날이고 하니 어머님의 기도는 더욱 간절하고 깊어지시겠지(나는 무교다).
다들 건강하고 행복한 한해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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